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상회한 고물가 시기는 이번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을 포함해 총 7차례가 있었다. (1)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1946.7~1948.10월), (2) 한국전쟁(1950.12~1951.12월), (3) 1960년대말 경기확장 후기(1969.3~1971.2월), (4) 1차, 2차 오일쇼크(1973.4~1982.10월), (5) 걸프전(1989.3~1991.5월), (6) 2008년 에너지 가격 급등 (2008.6~8월), (7) 코로나19 쇼크 (2021.6월~)가 해당 되는 시기다.
각 시기별로 물가 상승 요인을 수요와 공급 요인으로 구분해 보고 현재와 비교 해보고자 한다. 과거 물가 상승세가 잡힌 배경을 통해 향후 물가 안정을 위한 요인을 유추할 수 있겠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1946.7~1948.10) 견조한 수요 환경에 공급 제약이 가세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 소비자물가는 1946년 7월 전년동월대비 9.4% 올라 처음으로 5%를 상회한다. 이후 소비자물가는 끊임없이 상승폭을 확대해 1947년 3월 19.7%까지 올라 정점을 찍는다. 이후 물가 오름 폭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1948년 11월에는 5%를 하회한다.
수요 환경은 매우 견조했다. 2차 세계대전(1939.9~1945.9월)을 겪으면서 전쟁 초기 15%를 상회하던 미국 실업률은 1943년 1%대로 떨어져 전쟁 종료까지 1%대 흐름이 이어졌다. 세계대전 종료와 함께 군인들이 일자리로 복귀하면서 실업률은 3%대로 복귀했으나 여전히 자연실업률(5%) 하회 흐름은 지속됐다.
전쟁 기간 동안 군수물자 생산으로 경제 호황을 맞이했으나 생필품과 내구재의 할당배급으로 소비가 제한되고 개인저축은 급증했다. 전쟁 직후 미국 개인저축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소득을 비축했다. 전쟁이 종료되자 가격통제가 철폐됐으며 이연수요가 급격히 유입됐다.
확장 재정과 통화완화도 수요 급증을 야기

전쟁 기간 동안 확장 재정과 통화 완화 영향도 수요 급증을 야기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을 참전한 1942년부터 국방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적자는 GDP 대비 두 자릿수 대를 4년 연속 이어갔다. 4년 누적 재정적자가 무려 GDP 대비 93.7%에 달한다. 확장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준은 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 이하 YCC) 정책을 도입한다. 재정증권(국채 3개월) 금리를 0.375%, 1년 국채금리를 0.875%, 10년물 국채금리를 2%, 16년물 국채금리를 2.25%, 최장기물 국채금리를 2.5%로 고정시켰다. 그 결과 연준이 보유한 국채 잔액은 1941년말 22.5억달러에서 1945년말 242.6억달러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강력한 수요 환경에 더해 공급 제약도 가세했다. 전쟁 기간 제조업 생산은 군수 물자에 집중됐다. 소비재와 산업재 공급이 위축됐다. 내구 소비재 순장비투자는 1941년 35억달러에서 1944년 22억달러로 37% 급감했다. 5년이 지난 1949년이 돼서야 1941년 수준을 상회했다. 다만 공급 제약은 재화 부문에만 집중됐을 뿐 원자재와 서비스 분야에서의 충격은 미미했다. 국제유가는 박스권 등락을 이어갔으며 서비스(=고용)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와 전쟁 종료 이후 참전용사들의 일자리 복귀로 문제가 없었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시작돼 1953년 7월 휴전까지 3년간 이어졌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1950년 12월 5.9%를 기록하며 5%를 상회하기 시작했으며 1951년 12월까지 1년 간 5%를 상회했다. 전쟁과 함께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들면서 실업률은 3%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고용시장 호황은 이어졌다. 가계저축 역시 1950년대 2배 이상 급증해 이연수요 유입 가능성을 높였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가계들이 공급 부족을 예상해 상품의 선제적 수요에 나섰다. 다만 2차 세계대전과 달리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대비 1.1%에 그쳐 군비 지출이 억제됐다.
수요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도 공급 제약은 부재했다. 일부 소비재 생산이 군수물자로 전환했으나 한국전쟁 기간(1950~1953년) 동안 내구재 순자산 설비 투자가 30% 넘게 증가하는 등 소비재 전반의 공급 부족 사태는 재연되지 않 았다. 국제유가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가전제품 기술 발달 속에 가사 소요 시간이 감소하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는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확장 재정 지출과 함께 감세가 동반
한국전쟁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가 5%를 상회한 시점은 1969년이다. 1969년 3월 소비자물가가 5.2%를 기록하며 5%를 상회한 이후 1971년 2월까지 2년 가까이 5%를 상회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당시 고물가는 수요 요인에서 비롯된 부분이 컸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4년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비전을 제시하며 복지 정책을 강화했다. 1964년 경제기회법을 통해 직업훈련제도와 유치원 프로그램, 빈민지구파견자원봉사 등을 신설했다. 1964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국방비 지출이 늘기 시작했다. 연준은 1965년 긴축 기조로 선회했으나 정치적 압력으로 1966년 긴축을 중단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한다.
확장 재정 지출과 함께 감세가 동반됐다. 여기에 Revenue Act of 1964를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각각 91% → 70%, 52% → 48%로 인하했다. 감세와 확장 재정 지출이 동반되면서 경기는 과열 양상을 띤다. 미국 GDP 갭(잠재 GDP 대비 실제 GDP 비율)은 플러스(+)로 전환됐으며 미국 실업률은 3%대 진입했다.
공급 제약 요인은 부재, 수요 과열 진정되며 물가 불안도 진정
당시 공급 제약 요인은 부재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산업 생산도 한 자릿수 중반 증가세를 유지했다. 재화 부문의 수급 환경을 의미하는 ISM 제조업생산 내 배송 소요시간은 고물가 기간 동안 오히려 떨어졌으며 경제 활동참가율도 우상향 기조를 유지했다.

고물가 요인이었던 수요 과열이 진정되면서 물가 불안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연준이 1967년 7월~1969년 8월 동안 공격적 긴축에 나선 결과다. 긴축 여파로 1970년 1분기 미국경제는 역성장했다. 미국 실업률도 재차 상승하기 시작해 1971년 3분기 6%를 상회했다. 성장은 훼손됐으나 물가는 안정될 수 있었다.

1, 2차 오일쇼크(1973.4~1982.10), 공급 측 물가 상승 요인 우세. 임금 상승률 폭등
1970년대는 대 인플레이션 시대로 일컫어질 만큼 물가 불안이 극심했다. 미국소비자물가는 1973년 4월 5%를 상회한 이래 1980년 3월 14.8%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후 1982년 10월까지 5%를 상회한 물가 오름세는 계속됐으며 10년 가 까운 기간 동안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0%를 기록했다.

당시 물가 상승 요인은 공급 측 요인이 우세했다.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일쇼크를 경험하며 유가가 급등했다. 1972년 배럴당 3달러 초반에 그쳤던 국제유가는 1973년 4달러, 1974년 12달러를 돌파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경험하 며 국제유가는 또 다시 상승해 1979년 21달러, 1980년 33달러, 1981년 37달러를 상회해 고공행진했다. 유가 상승은 기업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휘발유, 경유 뿐 아니라 음식료 등 필수품 가격을 동반적으로 높였다.

임금 상승률도 폭등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지속되며 노동 공급이 확대 됐음에도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노동조합이 사회적 지지를 얻으면서 노동자 권리가 강화됐다. 노동조합은 물가 상승률을 임금 상승분에 즉시 반영할 수 있는 고용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기업은 임금 인상분을 가격 인상에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 임금 – 물가 간의 나선 효과(Spiral Effect)가 발생했다.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로 달러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 자극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며 대규모 경상적자 누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금태환에 필요한 보유 금 1/3 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닉슨 행정부는 1971년 8월 금 태환을 중단했으며 1971년 12월 달러 가치를 8.6% 절하한다. 1973년 2월에도 추가로 10% 달러 가치를 절 하해 물가 상승을 자극했다.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의 임금 및 가격 통제 등은 인플레를 일시적으로 하락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시장 기능을 망가뜨려 공급 확대를 제약했다.

공급 능력 훼손에도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
공급 능력 훼손에도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경제학계에서는 케인지언이 주류였다. 다소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영구적으로 낮은 실업률을 유도할 수 있다는 필립스곡선 이론에 기반 한 경제 안정화 정책이 추구됐다.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확장 재정과 통화완화 기조가 우선시됐다.
1차, 2차 오일쇼크를 경험할 때마다 실업률은 상승했으나 이후 실업률은 총수요 진작 정책에 힘입어 재차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실업률 저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적으로 높아져 고용 개선폭은 제한됐다.

물가 불안은 1979년 8월 볼커 연준 의장이 취임한 이후 잡히기 시작했다. 1979년 8월과 9월 연방기금목표금리를 각각 50bp씩 인상했다. 1979년 10월에는 통화 정책 목표를 연방기금금리가 아닌 M1(협의 통화) 증가율로 변경한다는 것을 발표했다. 통화정책 목표 변경 이후 재할인율은 12%로 100bp 인상했다. 통화량으 로 정책 목표가 변경된 가운데 연방기금금리는 1981년 7월 20% 이상으로 급등했다. 통화공급 조절과 고금리 정책 결과 미국 경제는 두 차례 침체를 경험했다.

공급 측 충격을 야기했던 원유 수급이 정상화되면서 에너지 가격도 안정됐다. 소비자물가는 1982년 11월 5% 밑으로 떨어지며 대 인플레이션 시대가 마무리됐다.
걸프전(1989.3~1991.5): 중동 지역 불확실성에 국제유가 상승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가 5%를 상회한 시기는 1989년 3월~1991년 5월의 걸프 전쟁과 2008년 6~8월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우려 속에 배럴당 국제유가는 1988년 14달러에서 1989년 18달러, 1990년 21달러대로 상승했다. 다만 1차, 2차 오일쇼크에 비해 상승폭은 제한됐다. 1991년 이라크와 다국적군 사이에 벌어진 걸프전이 서방 지역의 승리로 이어지며 단기간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제거된 까닭이다.
당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됐다. 실업률은 5%로 단기 저점까지 하락했으나 그린스펀 의장 하에 연준은 1988년 3월부터 1989년 4월까지 325bp의 금리 인상을 선제적으로 단행해 수요 과열을 억제했다. 실제로 경제는 1990년 8월 침체에 빠져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2008년 에너지 가격 급등(2008.6~2008.8): 세계경제 장기 호황과 신흥국의 부상으로 원유 수요 증가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이 초래됐다. 세계경제의 장기 호황과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인한 원유 수요가 국제유가 급등을 야기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금융위기가 발생 하며 2008년 1월부터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도 수요 부진으로 물가 상승은 단기에 그쳤다.

코로나19 쇼크: 수요는 확장 재정, 통화완화 동반 / 재화 중심으로 보복소비
코로나 사태 이후 나타난 물가 급등은 역대 물가 상승 사례에서 확인된 모든 요인이 혼재돼있다. 우선,수요측면에서 코로나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의 확장 재정과 통화완화가 동반됐다. 미국 정부는 GDP 대비 재정적자를 2020년 15%, 2021년 12.4%로 늘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을 편성했다. 통화정책도 동반됐다. 무제한 양적완화로 미 연준의 총자산은 4조달러에서 9 조달러로 급증했으며 작년 하반기까지도 물가 상승을 ‘일시적’ 요인으로 판단하고 고용 회복을 우선시한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그 결과 미국 실업률은 3%대로 떨어져 자연실업률(4% 후반)을 하회하는 중이다. 정부의 확장 재정은 실업급여, 재난지원금 등 가계 소득 지원에 집중돼 가계가 처분소득 급증으로 이어졌다. 2019년 3.8% 증가에 그쳤던 가처분소득은 2020년 7.5%, 2021년 6.1%씩 늘어 코로나 이전 추세를 상회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대면 활동이 억제되면서 소비 패턴까지 왜곡됐다. 대면 활동이 위축되며 관련 서비스 소비가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작년부터 재난 지원금 등으로 증가한 가계저축이 재화를 중심으로 한 보복소비로 이어졌다. 금년 들어 경제 정상화로 미국 재화 반사수혜 수준은 축소되고 있으나 서비스로 보복소비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단기간에 집중된 수요 회복과 달리 공급 회복은 더디다.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ESG 흐름이 강화되면서 원자재 생산은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세계 오일 및 가스 업스트림 투자는 2015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간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 확대는 제한적이며 OPEC+ 역시 수요 둔화 우려에 제한적 증산 방침이다.
이미 상승세를 보이던 유가는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추가로 급등했다. 유럽의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 등으로 에너지 수급 차질이 심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2020년 유럽의 러시아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은 200만배럴/일, 가스는 연간 1,670억평방미터(원유 환산 300만배럴/일 수준)씩 수입했다. 러시아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500만배럴/일 수준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재화 공급 차질 극심
재화 부문의 공급 차질도 극심하다.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 중심의 신흥국으로 재편되면서 제조업 생산에서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10% 초반에서 2020년 53%로 확대됐다.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 아 경제활동이 선제적으로 반등했으나 2021년 백신 보급 차이로 아시아 지역의 경제 정상화가 더디게 이뤄졌다. 방역에 성공했던 아세안 지역까지 코로나 확산으로 봉쇄되자 공급망 교란이 심화됐다. 신흥국 생산 차질, 물류 경색 등으로 공급망 교란 수준을 나타내는 공급망압력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인력 부족으로 서비스 공급도 제한
서비스 역시 정부의 방역 정책 여파로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서비스를 제공해 줄 인력이 부족한 것이 공급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베이비부머의 조기 은퇴와 여성들의 육아 부담 확대 등이 경제활동참가율 후퇴로 이어졌다. 노동 수요 급증에도 공급이 이에 못미쳐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지속된다. 노동자는 자발적 이직을 통해 임금 상승을 추구하며 기업은 이를 붙잡기 위해 선제적 임금 인상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향후 물가 경로는 공급 회복 속도에 좌우 / 원재자, 재화, 서비스 모든 부문에서 더딘 공급 회복
향후 물가 경로는 공급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 선진국 중앙 은행이 연초 들어 통화 긴축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연준은 3월 25bp 금리 인상에 이어 5월 50bp 인상에 나섰으며 6월 1일부터는 양적긴축(QT)도 시행한다. 연방기금 선물 금리는 6월 75bp 인상을 포함해 연간 300bp 금리 인상을 예상하나 연준은 단기간 75bp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했다. 연준이 판단하는 중립금리(2.4%) 를 상회하는 기준금리 레벨은 빨라야 4분기 중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정책으로 인한 수요 위축은 균형금리 수준을 상회한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기준금리가 균형금리를 상회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금융환경이 악화되며 가계와 기업 대출 억제 속에 수요가 둔화된다. 현재까지 은행의 가계와 기업 대출태도는 완화적이며 상업은행 대출 증가세도 꾸준히 확대된다. 연내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수요 위축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단기간 물가 안정은 공급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 현재 (1) 원자재, (2) 재화, (3) 서비스(고용) 등 모든 부문에서 공급 회복이 더디다. (1) 원자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수급 차질 우려를 자극하고 있으며 (2) 재화는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3) 서비스(고용)는 노동 공급 회복이 더딘 가운데 임금 – 물가의 스파이럴(Spiral) 효과를 우려한다.
에너지는 공급 차질 추가 심화 가능성 미미
공급 회복 속도에 따라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물가 흐름을 따라갈지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 시대가 재연될지가 결정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높으나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현실화되더라도 1970년대 오일 쇼크가 재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IEA는 5월 15일 국유 에너지기업과 거래 중단이 시작되면서 남은 하반기 중 러시아 상 물량 차질 규모가 300만배럴/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현재 OPEC-10 회원국 생산 여력은 381만배럴/일에 달하며 이란과 리비아, 베네수엘라가 생산을 확대할 경우 530만배럴/일의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OPEC+ 는 2022년 9월까지 단계적 감산 축소를 하고 있다. 9월까지 200만배럴/일의 감산 복원은 확정적이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확대 등을 고려 시 러시아 제재에도 원유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 심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화는 중국 코로나가 관건
재화는 중국 코로나 상황이 관건이다. 4월 신흥국 제조업 PMI는 202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50)를 하회했다. 아세안과 인도 등 기타 아시아의 제조업 PMI 반등에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46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상해시가 단계적 봉쇄 완화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오는 21일까지 낮은 수준의 사회활동을 보장해 단계적으로 봉쇄를 완화해 6월 1일부터 중하순 까지 정상적 생산 및 생활 질서를 완전 회복하겠다고 발표했다. 5월을 저점으로 신흥국 생산 경기 반등이 기대된다.
다만 작년 하반기 재화 공급망 차질 수준의 충격은 재연되지 않을 것
추후 상해가 아닌 기타 지역에서의 코로나 발병으로 봉쇄 재개 가능성이 남아있으나 작년 하반기 재화 공급망 차질 수준의 충격이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크게 세 가지 이유다. 먼저, (1) 중국 코로나 쇼크는 공급(생산)보다 수요(소비)에 집중되고 있다. 명목 소매판매는 연초대비 누적 기준 감소 전환했다. 물가까지 고려하면 감소폭은 2~3% 내외로 추정된다. 반면 산업생산은 4월 중 전월대비 7% 감소했으나 연초대비 누적 기준 4% 증가를 유지한다. 즉, 공급보다 수요에 집중된 타격이다.
(2) 중국은 ASEAN 5개국에 비해 소비 시장 규모가 3배 가량 크다. 소매판매 단일 시장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공급뿐 아니라 수요에도 동시에 영향을 미쳐 수급 불균형 심화를 제한시킨다.
(3) 선진국 소비 행태가 재화에서 서비스로 이전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작년 하반기에도 선진국은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으로 서비스보다 재화 중심의 소비 확대가 이뤄졌다. 신흥국 생산 차질로 공급 확대가 제약된 가운데 선진국 중심으로 소비 확대가 재화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를 심화시켰다. 현재는 재화보다 서비스 중심의 수요 확대가 나타나 작년보다 재화 수요 모멘텀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세계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간 격차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이어졌으나 금년 들어 신흥국의 생산 정상화, 선진국의 소매판매 정체 등에 좁혀지고 있다. 4월과 5월 생산 정체가 예상되나 소매판매 역시 정체되며 간극이 재차 확대 되지 않겠다. 6월 중국 생산 가동이 재개되는 구간에 접어들며 코로나 이후 처음 으로 생산과 소매판매 간 역전이 예상된다.

서비스 공급 부족은 인구 증가율 둔화와 고령화 영향, 이민 노동자 유입 시 고용 수급 개선 가능
서비스(고용)에서의 공급 부족은 지난 2년 간 인구 증가율 둔화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 인구 증가율 둔화는 트럼프 정부 이후 시행된 이민 정책의 변화와 코로나 사태 후 이민 및 여행 제한으로 인한 이민 감소 영향이 크다. 코로나 직후부터 2021년 7월까지 이민 근로자 수는 전년동기대비 115만명 감소했다.

구조적으로는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의 은퇴로 인한 경제활동참가율 후퇴가 컸다. 금융위기 이후 은퇴 시기를 늦췄던 베이비부머는 팬데믹 사태에 대거 은퇴를 결정했다. 핵심 경제활동인구(15~54세 인구) 경제활동참가율은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한 회복을 이어간 반면 55세 이상 인구는 경제활동참가율 개선이 더디다. 코로나 기간 동안 회복되지 못한 200만 가량의 노동 공급 중 60% 이상이 55세 이상 인구다. 즉, 120만명은 노동공급이 가파르게 개선되기 어렵다.

베이비부머의 조기 은퇴 요인은 타이트한 고용 수급 환경을 지속시키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 재개로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고자 한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했던 불법이민자 추방정책을 5월 23일부로 끝낸다고 발표했다. 연간 80만명 가량의 이민 노동자 유입이 고용 수급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단위노동비용이 급증하며 임금 스파이럴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단위노동비용은 기업이 체감하는 인건비로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주요 통로이기 때문이다. 고용비용은 상승한 반면 생산성 개선이 동반되지 못한 결과다. 2019년 4분기 대 비 노동생산성은 2.6% 증가한 데 그친 반면 시간당 고용비용은 15.6% 급증했다.

1970년대 대 인플레이션 시대 진입 직전 고용 상황과 유사하다. 다만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조직적 노동 운동이 물가 상승을 바로 임금에 반영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와 1970년대 대 인플레이션 시대에 나타났던 노동 쟁의는 재연되지 않는다. 1,0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파업 건수는 2021년에도 16건에 불과해 400건을 상회했던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고용자가 자발적 퇴직 등을 통해 임금 상승을 추구하고 있다. 즉, 고용 수급 문제만 해소될 경우 단위노동비용 급증세는 진정될 수 있다. 6월부터 코로나 사태 진정 속에 나타날 이민과 핵심 경제활동인구 고용시장 복귀를 기대한다.
코로나 이후 물가 급등은 2차 세계대전 직후와 유사. 수요보다 공급 측 요인이 우세.
정리하면, 코로나 이후 나타난 물가 급등은 2차 세계대전 직후와 유사하다. 1970년대 대 인플레이션 시대는 수요 요인보다 국제유가 상승, 임금 상승, 달러 평가 절하 등 공급측 요인에서 비롯된 부분이 컸다. 현재는 2차 세계대전 직후와 유사하게 공급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 요인도 같이 혼재되어 있다. 4분기로 가면서 공급 차질 완화와 함께 이연수요 유입이 일단락되면서 물가 안정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