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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필수재, 반도체와 2차전지

에너지 이외 필수재 성격을 지녔으나 몇몇 국가에서만 생산돼 교역 불균형이 심화 된 품목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수인 반도체와 2차전지 등 고기술 전자제품이다. 고기술 전자제품의 수출 지역 집중도는 2000년 중반부터 빠르게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간 연료와 고기술 상품과는 다른 모습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전자제품 공급망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 결과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2차전지가 대표적이다. 중국과 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과점하고 있으며 이를 선진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반도체 수출 상위 5개국은 홍콩 (18%), 중국(18%), 싱가포르(10%), 한국(10%), 미국(6%) 순이다. 2차전지 역시 상위 수출국은 중국(29%), 한국(11%), 일본(6%) 등 동아시아 국가가 상위에 있으며 그 외 독일(8%), 폴란드(8%) 등 유럽 지역이 따라오고 있다.

품목별 수출 지역 집중도
품목별 수출 지역 집중도

1980년대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은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제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커 경제 안보에 취약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재인 반도체와 2차전지 등을 확보하기 위한 선진국의 흐름은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를 실시했다. (1) 반도체 제조 및 첨단 패키징, (2) 대용량 배터리, (3) 핵심 광물 및 소재, (4)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등이 대상이다. 미국이 선정한 핵심 분야는 필수재 성격이 짙으면서도 희소성이 있다고 판단한 품목이다.

반도체는 공급망이 (1) R&D, (2) 설계, (3) 전공정, (4) 후공정으로 구분된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Design)과 원천기술(IP), 제조장비 등에 특화되어 있다. 이는 유럽도 비슷하다. 반도체 설계 및 원천기술, 장비, 소재 등에 비중이 높다.

제조 분야는 아시아 지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동아시아 비중이 70%를 상회하며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주도하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되는 고집적 시스템 반도체는 모두 동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최근 중국은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후공정 분야부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상위 5개국 비중
반도체 수출 상위 5개국 비중

반도체가 부품으로 대부분 들어가는 전자제품은 생산과 소비의 지역 간 불일치가 심하다. 대부분 전자제품 생산은 중국(35%), 대만(15%), 한국(12%), 일본(9%) 등 동아시아가 70%를 담당한다. 미국(19%), 유럽(10%)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반면 전자제품 소비는 미국(25%), 유럽(22%)이 절반 가까이다. 중국(24%)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으나 대만(1%), 한국(2%)은 극히 일부다.

반도체 국가별 생산 및 소비 비중
반도체 국가별 생산 및 소비 비중

2차전지 역시 반도체와 상황은 비슷하다. 국가별로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부품 제조 여력을 살펴보면 미국은 음극재와 전해액, 분리막 등에 일부만 생산 비중이 있다. 대부분 중국이 절반 이상의 생산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도 각각 높 은 비중을 차지한다.

2차전지 수출 상위 5개국 비중
2차전지 수출 상위 5개국 비중

2차 전지는 친환경 자동차 전환에 있어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공급망의 원료 및 소재, 완성품 제조 단계까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제약이나 지정학 및 통상 갈등이 부각될 경우 배터리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다. 공급망 다변 화가 필요한 배경이다.

배터리 소재 국가별 생산 비중
배터리 소재 국가별 생산 비중

1980년대 서방 지역의 필수재가 에너지였다면 현재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제품으로 변화했다. 1980년대 미국과 유럽이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중동 및 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한 것처럼 향후 아시아 지역 내 외교적 노력이 집중되겠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양면전술을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 당시 상호 관세 부과 등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으나 중국에서 여전히 반도체, 2차전지 등 필수재 생산 비중이 커 미국 내 경제적 피해가 동반됐다. 상호 교역 감소를 야기하는 극단적 대치 상황은 피할 수밖에 없어 바이든 정부에서 관세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지난 3월 미국은 수산물, 전자, 소비재 대상으로 352개의 관세 부과 예외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상 부문의 갈등 완화에도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주도의 중국에 대한 첨단제품 장비 및 기술 수출 제한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중국과 함께 첨단제품 공급망을 책임지는 한국과 대만에 대한 외교를 확대해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 속에 중국과의 갈등은 수위가 이전보다 낮으나 정도는 빈번하겠다.

서방은 자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해 공급망 다원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1970년대 1 차, 2차 오일쇼크를 경험한 미국이 에너지 투자를 10년 가까이 공격적으로 확대한 만큼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1980년대 초반에는 오일쇼크 및 연준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에 에너지 수요가 부진했음에도 투자 활동은 꾸준히 나타났다.

최근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제품에 대한 투자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코로나 재확산, 지정학적 긴장, 선진국 긴축 가속화 등 불확실성에 더해 원자재 가격 급등 까지 더해지며 투자 증가세가 둔화됐다. 그럼에도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제품 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선진국 중심의 공급망이 확립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높은 소재, 부품을 중심으로 선진국향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을 중심으로 한 소재, 부품의 수혜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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