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19년 7월 4일 대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불화수소(반도체 식각 소재), 포토레지스트(반도체, OLED 노광 소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 제작) 3개 품목 수출을 규제했다. 2019년 8월 2일에는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 을 주는 백색국가명단(White List)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을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 한 달 만에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을 포함해 공급망에 핵심적이고 안보적 중요성과 산업 파급 효과가 큰 100대 품목을 선정해 집중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1년 뒤 소부장 으뜸기업 100개 육성, 5개 첨단 특화단지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소부장 2.0 전략’을 수립했다. 공급망 정책 대상을 대입 100대에서 글로벌 차원 338+α 품목 으로 확장해 2022년까지 차세대 전략기술에 7조원 이상 투자 방침을 세웠다.

2022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시행계획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은 국내 생산 확대와 대체 신소재 투입 등으로 공급망이 안정됐다. HS코드로 산출이 가능한 불화수소의 대입 수입액은 2019년 2,840만달러에서 2021년 460만달러로 83.6% 급감했다.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수출규제 대상 외 다른 제품들이 포함돼 수출규제 품목의 정확한 분류 및 대일 의존도 평가가 어려운데 국내 주요 수요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UV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산 수입 확대를 통해 대일 의존도가 50% 이하로 감소했다. 핸드폰용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는 UTG 대체소재 채택을 통해 대일수입이 제로(0)로 수렴했다.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대일 의존도 역시 2019년 1~5월 31.4%에서 2021.1~5월 24.9%로 약 6.5%p 축소시켰다. 이전부터 핵심품목에 대한 대일의존도가 감소했 으나 2019년을 기점으로 감소세가 약 3배 가까이 빨라졌다. 소부장 산업 전반적으 로 대일의존도가 16.8%에서 15.9%로 0.9%p 하락했다. 중국에 대한 수입 비중도 3.1%p 감소해 공급망 다변화에 따른 진전이 있었다.

정부 주도 공급망 다변화와 소부장 산업 강화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됐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사드 규제 등 공급망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로 수입 다변화나 국산화 움직임이 예상된다. 단일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80%가 넘는 품목은 3,941개 가량이 된다. 이 중 중국이 1,850개, 미국 503개, 일본 438개, 기타 1,150개로 중국 비중이 절반 가까이다. 중국 공급망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아직은 중국과 상호 무역 규제 조치가 부재하나 한국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안보망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중국향 주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반도체는 웨이퍼와 산화막 수입의 대중국 비중이 90%, 70%를 넘는다. 배터리에서도 양극재(전구체), 음극재(인조 흑연), 분리막(격리판), 수산화리튬 등의 대중국 비중이 40~90%에 해당한다. 석유 화학 생산에 필요한 초산에틸, 자동차의 마그네슘 잉곳, 네오디뮴 영구자석 등 품목 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자리한다. 정부 정책 지원과 기업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해당 품목의 국산화 및 수입 다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소부장 산업의 국가별 수입 다변화 및 국산화가 이뤄졌으나 일본에 비해 무역 경쟁력은 열위에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뿐만 아니라 한국 소부장 전체의 대일본 수입이 감소했으나 2020년에는 재차 수입이 늘었다. 소재를 제외한 부 품, 장비 모두 무역특화지수(TSI)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고 있다. 소부장 국산화가 이뤄진 초기로 기술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세부 산업 중에서 2차전지를 포함한 축전지를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무역특 화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해 경쟁 열위를 시사한다.

대신 중국과 미국에 대해서는 소부장 산업이 경쟁 우위에 있다. 중국은 소재를 중심으로 경쟁 우위 강도가 꾸준히 개선되나 부품과 장비는 경쟁 우위 수준이 약화 되고 있다. 부품에서는 금속가공제품과 일반기계부품, 수송기계부품 등의 경쟁력 약화 속도가 빠르다. 장비에서는 제조로봇과 계측장비가 경쟁력 우위가 상실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주력 산업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과 장비는 경쟁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소재와 부품을 중심으로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특히 부품에서 축전지, 전자부품, 수송기계부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 우위 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장비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기술력 문제로 수입 의존도가 높아 경쟁 열위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