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에너지 매개체(Carrier), 암모니아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된 알칼리성 화합물이다. 암모니아의 끓는점은 영하 33.4°C로 비교적 액화하기 쉽고, 운반이 용이하다. 한편, 암모니아는 상대적으로 발열량 및 연소 속도가 다른 연료(수소, 메탄, 프로판) 대비 낮으나, 연소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미 암모니아 합성은 성숙 단계 기술이며 생산 인프라가 이미 구축되어 있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중장기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한 기존 화석 연료의 무탄소 연료(수소 등) 전환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장, 운송이 용이한 암모니아가 주목 받고 있다. 수소 사회 구현 과정에서 액화 수소 대비 수소 저장 밀도가 1.7배 높은 암모니아가 대규모 장거리 수소 저장, 운송 적합체로 부각되고 있다.

암모니아 혼소로 석탄 발전소 재활용 가능
전 세계적으로 암모니아는 연간 2억톤 규모가 생산되며 이 중 80%가 비료 제조에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 암모니아는 (1) 석탄, 가스 발전의 혼소용 발전원, (2) 선박의 연료로써 활용처가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석탄 발전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암모니아 혼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석탄-암모니아 혼소 기술은 이미 실증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입증되었으며 일본에서는 가장 단시간 내 실행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석탄 발전소 활용 시 보일러의 개조가 필요하나, 큰 출력 변화 없이 석탄 80%, 암모니아 20% 방식의 혼소가 가능하다. 이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20% 줄어든다는 실증 결과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석탄 발전소 재활용은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도 2027년까지 4기 석탄 발전소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며, 2030년까지 전체 석탄 발전소 43기 중 24기에 20% 혼소 발전을 적용할 계획이다.
혼소가 본격화되면서 암모니아 사용량은 급증할 전망이다. 국내 암모니아 수입량은 연간 150만톤 수준이다. 1GW 규모의 석탄 발전소 1기에서 암모니아 20% 혼소를365일, 100% 가동률로 진행할 경우, 연간 암모니아 사용량은 85만톤에 달한다. 정부가 24기 석탄 발전소의 혼소 발전을 추진할 경우, 가동률 100%를 가정하면 이론적으로는 2,040만톤의 암모니아 수요가 발생한다. 현재 유통 규모의 10배 이상의 수요가 생기게 되므로 암모니아 생산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에서도 암모니아 혼소를 적극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본은 2021년 Hekinan 발전소에서 암모니아 혼소(20%)를 테스트하였으며, 2024년까지 1GW급초임계압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도 암모니아 혼소를 실증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암모니아 혼소를 넘어, 전소(100%) 발전소도 2040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선박용 연료로써의 암모니아 중요성도 대두
선박용 연료로써의 암모니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IEA는 2050년 중장기 선박용 연료 시장에서 암모니아의 비중이 약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뒤를 이어, 수소, 바이오에너지(메탄올) 등이 선박용 연료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암모니아의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연소 속도가 느려, 고속이 요구되는 엔진에는 다소 부적합하나, 선박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연소 과정에서 질소가 배출되나, SCR(선택적촉매제거) 등으로 충분히 이를 제한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엔진 제작사인 MAN사, MISC(말레이시아 선주)와 암모니아연료 추진선을 2025년까지 개발,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관련 개념설계(AIP), 대우조선해양은 23,000TEU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 개념설계를 완료하였다.

다만 당장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선박을 발주하기에는 벙커링 및 암모니아 생산이다소 부족하므로 과도기 측면에서 암모니아 엔진 추진 체계로 개조가 가능한 암모니아-레디(Ammonia-Ready) 형태의 LNG 추진선(ARLFV) 관련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계 주요 선사인 NYK도 2025년까지 ARLFV 개발을 완료하고 선박 운영을 확대할 계획임을 발표한 바 있다.
암모니아 혼소 외에 선박용 연료로도 사용할 경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적기의 암모니아 생산 투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에너지 소비 부담에도 투자 확대
암모니아 생산은 하버-보쉬(Haber-Bosch)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 고온(500°C), 고압(20MPA) 상황에서 생산하기에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 실제로 암모니아 1톤 생산 과정에서 평균 30GJ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2020년 기준 연간 1.8억톤의 암모니아 생산에 세계 에너지 총 생산량의 1.8%가 투입되었다. 최근 다양한 암모니아생산 방식이 개발되고 있으나, 당분간은 기술적 성숙도가 높은 하버-보쉬 공정을통해 암모니아가 생산될 예정이다.

에너지 사용량 부담에도 중장기 암모니아 수요 확대를 감안, 글로벌 국가들은 암모니아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우디의 네옴(Neom) 프로젝트는 그린암모니아(재생에너지를 통한 수소, 질소 공급을 통해 암모니아 합성) 프로젝트가 포함되었다. 에어프로덕트(질소분리설비 담당), 티센크루프(수전해 담당), 할로드로프소(암모니아 합성에 필요한 촉매 공급)가 참여하여 연간 120만톤의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우디의아람코는 일본 미쓰비시 등과의 협력을 통해 블루암모니아(화석연료에서 암모니아생산하나,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를 생산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원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중동, 호주 및 유럽을 중심으로 암모니아 생산 설비가 확충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그린암모니아 중심의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나, 과도기 측면에서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활용하는 블루암모니아에 대한 투자도 동반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