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소외되며 한국 기업들 핵심 공급망 지역 신규 투자 단행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중국의 고도 성장기 수혜를 과거만큼 누리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공격적으로 시행된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제고 정책 여파로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화학, 철강, 기계, 조선 등 구경제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한국 경쟁력 후퇴 우려
2010년대 후반 불거진 G2 분쟁 이후 ICT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조 변화에서도 한국은 주변국으로 소외됐다. 선진국 주도로 시작된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중국 단일 공급망 기지 역할에서 벗어나 중국+1(대체 공급망 지역) 공급망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핵심 공급망 지역에서 이탈되고 있다. 대체 공급망 지역은 대만과 아세안이 차지하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원가를 유지하거나 후방업체들이 집중돼 최종 조립 및 생산에 유리한 지역이다.

핵심 공급망 위치를 잃어간 한국에서 기업은 한국 내 투자를 단행하기보다 핵심 공급망 지역에 신규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한다. 제조업 공동화가 이어지면서 한국 내수 기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장기적 경쟁력 후퇴가 우려된다.

중국 부양책에 따른 수혜 제한적
중국 부양책에 따른 한국의 경제적 수혜도 제한적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 중국 부양책은 인프라 등 부동산 투자에 집중됐다. 이에 한국의 대중국 기계, 철강 등 구경제 품목 수출이 해당 기간 급증하는 등 수혜가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부양 책에 따른 한국 수출 품목 호조가 제한적이다. 전통적 인프라투자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대신 데이터센터, 5G, 친환경 등 신경제 인프라투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과거에 비해 중국 자급률이 제고됨에 따라 한국 수출경쟁력 후퇴가 동반됐다.
신경제 인프라투자와 연관성이 높은 ICT 소재 및 장비 수출이 수혜를 받을 수 있으나 소부장 업체들의 경쟁력 부족으로 수혜는 일부 품목에 국한된다. 여전히 중국향 ICT 소부장 수출은 선진국 소비 경기에 연동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 부양책이 집행된 시기에 의미있는 수출 확대가 보이지 않는다. 2022년 들어 중국은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부양책 강도를 높이나 한국의 수혜는 제한적으로 판단된다.
2022년 관찰된 한국-중국 금융시장 디커플링 점차 심화 우려
금융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6월 들어 상승폭이 확대돼 1,300원대에 진입했다. 반면 위안/달러 환율은 3월 연준의 빅스텝 금리 인상 이후 한 차례 상승했으나 5월 중순부터 오름세가 진정되고 있다.
주가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KOSPI는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하향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상해종합지수는 4월말까지 KOSPI와 비슷한 하락폭을 기록하다 5월부터 반등에 성공해 연초 수준만큼 회복했다.
한국과 중국이 공생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수출 확대에 따른 한국의 대중국 교역 수혜가 축소되는 만큼 금년 나타난 한국과 중국 금융 시장 디커플링 양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 기사 / 자료 – 중국 방산주, 슈퍼사이클 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