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시장 전망과 적용처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형모듈원자로는 (1) 석탄화력 발전 대체, (2) LNG발전의 변동발전 역할 대체, (3) 재생에너지 백업발전 역할, (4) 그린수소 생산, (5) 중공업 산업단지용 산업 열 생산 등에 적용돼 빠른 성장을 이룰 것으로 판단된다.
캐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을 폐쇄하고, 전력의 90% 이상을 온실가스 없는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발전소로 교체하려 한다. 17개 시설에 29기의 석탄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발전소의 평균 규모는 343MWe다. 이들 중 2030~40년 사이 10%를 SMR로 대체를 하는 경우 연 4.69억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2030~40년까지 전세계 70,000개 격지 및 비전력망 지역에 추가 전력 공급을 전망한다. 영국정부기관 URENCO는 2035년까지 약 300기의 초소형 원자로 시장을 예상하고 있으며 산업 육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SMR은 분산전원, 산업 공정열 제공, 조선해양 분야 등 기존 대형원전에서 적용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 고온의 노심을 갖는 SMR을 활용해 수소의 운송 없이 지역 사회 수소 공급, 산업단지 공정열 및 산업용 증기 공급이 기대된다. 부하 추종 응답이 빠르고 2~10년 이상 핵연료 재장전이 필요 없는 초소형 모듈원전은 선박 및 우주선 추진에도 활용될 수 있다. 해수 담수화로 수자원 공급과 열병합 발전을 통한 지역난방도 공급이 가능하다. 탄광과 같은 자원 개발 전력 공급원, 해양플랜트 설비에서 전력 및 공정열 공급원도 SMR의 잠재적 영역이다.

2. 소형모듈원자로, 신재생에너지와의 공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intermittency)을 보완하는 데 SMR이 구심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태양광, 풍력에너지은 시간, 지역,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 변동폭이 크다. 이러한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SMR이 주목받는 이유는 (1) SOx, NOx 등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2) 전력 환경에 따라 출력 조절이 용이하며, (3) 대형원전 대비 공기가 짧기 때문이다. 친환경에너지의 부족 한 점을 가장 친환경적으로 보완하는 에너지원인 셈이다.




3. 청정수소 생산
소형모듈원자로가 주목받는 또다른 요인은 고체산화물수전해(SOEC)와 연결해 안정적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수소경제의 화폐’인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크게 알카라인, 고분자전해질(PEM), SOEC 수전해로 나뉜다. 상온에서 작동 하는 알카라인·PEM 수전해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연결해야 한다. 들쭉날쭉한 전기 공급 때문에 시스템 안전성을 갖추기 어렵고 대형화도 곤란하다.

반면 SOEC는 대형화가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효율도 90% 이상으로 알카라인·PEM(80% 이하)보다 더 높다. 독일 선파이어가 기술을 선도하는 가운데 미국 블룸에너지, 일본 교세라와 미쓰비시파워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OEC와 초고온가스로(VHTR)는 소위 ‘찰떡궁합’이다. SOEC 전 해조에 섭씨 700~850도 증기를 넣고 전기를 가하면 수소가 나오는데, 이 증기와 전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최적 설비가 VHTR이다. 국내에서는 관련 실증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에정돼 있으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 링이 SOEC와 VHTR을 결합한 플랜트를 캐나다에 건설할 예정이다. 비에이치아이 또한 고효율 수전해설비를 개발중이다.


4. 소형모듈원자로 구현을 위한 주요 기술력: 무붕산 노심설계, 안정성
차세대 SMR의 핵심은 무붕산 노심 설계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 내부의 핵 연료 연쇄반응을 통해 발생된 열에너지(열출력)를 터빈을 통해 전기에너지(전기 출력)로 변환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때 제어봉(Control Element)은 중성자의 개수를 조절해 핵분열 연쇄반응이 급속도로 일어나는 것을 막거나 멈추는 역할을 한다. 이 제어봉을 조절하는 장치가 ‘제어봉구동장치’이다.

무붕산 SMR의 경우에 각 제어봉의 반응도가 기존 상용원자로 대비 매우 크기 때문에 제어봉 이탈 사고의 영향이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제어봉구동장치를 원자로의 압력경계 안에 설치해(In-Vessel)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화된 계통 설계, 노심제어 및 관리, 장수명 적합 재료 선정 등의 역량이 요구된다.

무붕산 노심을 적용할 시 붕산 관련 설비를 생략해 소형화를 이룰 수 있고, 출력 증강, 부하 추종 면에 있어서도 이점을 가진다. 붕산 희석 사고의 여지가 없어 안 전성도 제고된다. 국내 i-SMR의 핵심도 무붕산 설계이며 가압경수로 형태 최초로 상용화까지 노리고 있다. 무붕산 노심을 제어 및 위치를 계측하는 제어봉 관련 기술은 계측기 전문업체인 우진이 개발 중이다.


5. 잔존 리스크: 경제성, 핵폐기물
아직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은 잔존한다. 현재 상업 운전 중인 SMR은 없다. 2029년부터 초기 SMR 가동이 예상되며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30년대다. 기당 출력이 작아 규모의 경제에 의해 발전 원가가 비싸질 수 있다. 단 대량 생산 시, 설치 비용 절감에 따른 발전 원가 하락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NuScale이 제시한 목표 LCOE(균등화 발전비용)는 64달러/kWh다.
스탠퍼드대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SMR이 크기가 작아 기존 상용 원자로 보다 핵분열 반응 과정에서 더많은 중성자가 튀어나와 방사성 폐기물 또한 증가한다고 밝혔다. SMR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양이 기존 상용 원전에 비해 최소 2배에서 최대 30배 많을 수 있다 주장한다. 특히 폐기 전 화학 처리로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중성자 노출 강철 폐기물은 최소 9배 더 많이 생성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에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비에이치아이가 사용 후 핵연료처리 및 보관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곧 NuScale의 2029년 준공 목표인 아이다호 프로젝트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제작에 돌입하는 만큼, 리스크에 대한 진실과 해법이 명확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