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갈 때, 은행에 가서 해당 국가의 돈으로 환전해갑니다. 혹은 달러를 가지고 가서 현지에서 해당 국가의 돈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달러로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을 달러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Key Currency, 국제 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 1960년대 미국의 트리핀 교수가 주장한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기축통화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번째 조건은 당연히 ‘신뢰’입니다. 돈을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의 정부가 안전해서 내가 가진 돈의 가치를 보증해주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달러가 지금의 기축통화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미국의 중앙은행이 달러를 가지고 가면 금으로 교환해주었기 때문입니다. 1976년 미국이 금 교환을 거부함으로써 이 체제는 무너졌지만 아직까지 기축통화의 위상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달러의 가치를 보증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나라의 제도가 개방적이어야 시중에 기축통화가 널리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융과 무역 시스템이 폐쇄적이라면 달러를 가져다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겠죠? 한때 자유무역 기치를 앞장서서 외치던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도 1995년 미국의 주도로 출범했습니다.
세 번째 조건은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아야 합니다. 몇몇 나라와 무역을 해서는 기축통화를 세계에 널리 퍼트릴 수 없습니다. 수많은 나라들과 무역을 해야 합니다. 미국은 수입을 하고 달러를 상대국에게 줍니다. 미국이 수입을 많이 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달러를 많이 가져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축통화는 장점은?
우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Federal Reserve Board,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중추적 기관으로, 12개 연방준비은행을 관할하는 역할 등을 함)의 의장이 기준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합니다. FRB는 미국의 중앙은행입니다. 미국의 화폐정책이 우리나라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달러’ 때문입니다. FRB는 달러를 발행하여 미국과 세계에 공급합니다. 우리나라는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봐야 합니다.
사실 미국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서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달러로 결제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는 달러를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여 무역을 통해 달러를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FRB에서 돈을 인쇄하기만 해도 됩니다.
이런 특권을 탐내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고 자신들이 차지하고 싶어 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이유도 바로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무역과 개인 재산 보호가 가능해야 하고,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기축통화의 필수 조건이므로 중국 입장에서는 스스로 풀어야 하는 숙제가 많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