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 통화는 영원하지 않다. 조건만 만족한다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도 기축 통화가 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한 세기 이상 특정 국가 통화가 기축 통화가 된 것 역시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기축 통화의 조건은 크게 3가지다. (1)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의 편의성, (2) 가치의 저장수단으로서의 안정성, (3) 경제 및 사회적 질서를 제정할 수 있는 국력(경제력 및 군사력)이다.
달러 이외 통화에서 위안화가 기축 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국력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이 경쟁자로 인식하는 수준만큼 국가 지위가 향상됐다.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4년 넘게 이어진 G2 분쟁은 초기 무역 분쟁에서 기술, 외교 및 안보 등 전방위에 걸친 패권 전쟁 양상으로 변모했다.
G2 분쟁은 현재 진행형인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과 중국 간 경제적 지위 역전을 야기할 주요 변수가 됐다. 작년 미국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해 지금까지 부분적 락다운 조치에 나서고 있다. 작년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역성장했다.
코로나19 진앙지로 거론된 중국은 초기 강력한 봉쇄 조치로 코로나 사태를 가장 먼저 극복했다. 연간 2%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G20 국가에서 가장 나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금년에도 가장 빠른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2017년에 중국이 미국 GDP를 앞질렀다. 작년 달러 기준 중국 GDP는 미국의 71%로 한 해 동안 4%p 넘게 벌어졌다. 금년에도 상대 격차는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7년 미국과 중국의 달러 기준 GDP 역시 역전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넘게 지켜온 세계 1위 GDP 지위를 중국에 넘겨주게 된다. 다만 군사력과 문화 등 여타 부문이 열위에 있는 만큼 패권의 점진적인 이동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