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축통화의 지위 안전자산으로 가치 부각
작년 한국인이 보유한 외화예금은 950억달러로 이 중 달러화가 800억달러였다. 달러에 대한 압도적인 선호가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달러화는 민간 부문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외화로 자리매김했다. 달러는 다른 통화가 가지지 못한 기축 통화의 지위를 갖고 있기에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달러에 대한 신뢰로 위기 상황때마다 안전자산으로써 달러화 가치가 부각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미국임에도 달러화 가치는 높아졌다.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때마다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안전자산으로서 달러가 기능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또 다시 달러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끔 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는 반세기 넘게 공고하다. 엔화, 유로화 등 경쟁 통화 출현에도 달러 패권은 굳건하다. 위안화는 2016년 10월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되며 통화 경쟁에 나섰다.

브렌트우즈 회담 계기로 미국 달러 = 기축 통화
1944년 7월 브렌트우즈 회담을 계기로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가 됐다. 미 국정부는 금 1온스당 35달러로 교환 비율을 고정하고 금태환을 보장하는 금본위제를 도입해 달러 가치를 공고히했다. 직전까지 기축통화 지위를 지녔던 영국 파운드는 왕좌를 달러에 내줬다.
금본위제 도입, 신뢰 확보하는데 우수했으나 구조상 결함 내포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기축 통화가 바뀐 배경은 경제적 영향이 컸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과 미국 간 경기가 엇갈렸다. 19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해 세계 교역의 중심이 된 영국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으나 전쟁 피해와 함께 미국에 막대한 채무를 지게됐다. 채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금본위제를 일시적으로 포기하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채무를 갚았다. 반면 미국은 전쟁을 거치면서 순채권국이 됐다. 여기에 전쟁 및 전후 복구 수요까지 유입되며 미국은 경제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1971년 금본위제 폐지에도 오늘날까지 미국 달러는 기축 통화로 굳건
금본위제는 통화 가치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에는 우수했다. 하지만 구조상 결함이 내포됐다. 먼저, 충분한 대외 유동성 공급이 어려웠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이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과 교역을 통해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 하는 방법 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교역에서 적자가 이어지면 펀더멘탈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진다. 대외 유동성 위축과 미국 펀더멘탈에 대한 의심 사이에서 달러 금본위제는 20년 넘게 줄다리기를 했다.

국제수지 적자 확대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국가채무 확대 등에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 폐지를 선언했다. 달러화 가치를 공식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미국 달러는 국제사회 신뢰에 기반해 기축 통화로 이용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60% 넘게 차지하고 있다.